국가 권력보다 무서운 자본의 권력

과거 군사 독재 정권 시절에는 평범한 많은 사람들에게조차 가장 무서운 단어가 아마 “중앙 정보부”, “청와대”, “안기부”, “보안사” 이런 것들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웬지 “안기부”라는 단어는 재수 없게 들렸고, 공포스럽게 들렸다. 지금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물론 국가는 아직도 검찰, 경찰과 같은 물리력과 신체 구속력을 동반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벌어진 던킨 도너츠 사건 (발단, 관련 블로그 글)과 한화 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력 사건을 보고 있자면, 이제 전통적인 정치 세력이 가지고 있던 권력이 자본으로 이동되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 과거에 고 정주영 회장이 대통령 후보 되겠다고 나왔을 때에 그게 한나라당 군사 독재의 잔당들이 후보로 나왔다는 사실보다 더 몸서리쳐졌던 것 같다.

돈이면 손바닥으로 하늘도 가릴 수 있는 것인가. 정보화 사회에서 진짜 무서운 것은 돈으로 여론과 정보를 조작하는 것이다. 중국은 아직도 국가가 정보를 통제하고 조작하지만, 우리 나라는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정보를 통제하려고 드니 중국이나 우리 나라나 그런 면에서 참 닮은 꼴이다. 정확한 사실이 과연 밝혀질지 의문스럽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서, 두 개 자본의 추악한 현재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화가 치밀어오른다.

한비야의 멈추지 않는 걸음,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책표지오지 여행가로 유명했던 한비야가 긴급 구호 전문가로 변신했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그녀의 변신 이후 지난 5년간 아프가니스탄, 말라위, 잠비아, 이라크,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북한, 팔레스타인, 네팔, 서아시아의 쓰나미 현장 등 정말 말할 수 없이 끔찍하고, 참혹하고, 위험한 현장에서 긴급 구호 요원으로 활동했던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다. 한비야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본 사람들은 그녀의 팬이 되어버린다. 특유의 친화력과 사람에 대한 애정, 그리고 소명 의식으로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현장에서 그녀는 홍보 전문가로 그리고 물자 배분가 이상의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런 책이 없었으면 관심은 커녕 이름도 몰랐을 서아프리카의 시에라이온, 라이베리아에 있는 소년병들의 삶에 대해 양심있는 지구인으로서의 최소한의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 치고 싶은 부분이 정말 많았으나,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 있었기 때문에 표시하지 못하고 그냥 한 번 읽고 넘어간 것이 너무 아쉽다.

세계에는 당장의 삶 자체를 위협받고 기본적인 생명권을 제대로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은 일제 강점기에 식민지의 고통도 겪었고, 동족끼리 총칼을 겨누며 싸우면서 전쟁과 기아, 가난의 아픔을 겪으면서 다른 나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제 우리의 관심을 과거에 우리가 겪었던 극도의 어려움을 현재도 겪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사람들에게도 쏟아야 할 때임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도움이 일시적이지 않고 그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것도 알려준다. 결국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에 먹을 거리를 제공해줄 한 줌의 “씨앗”이라는 말을 잊을 수 없었다.

인생에서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는 청소년들에게도 한비야가 묻는다.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라고. 그래서 그 안타깝고 괴로운 현장에서, 때로는 버겁고 무섭고, 능력에 의심이 가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실토하는 한비야는 그래도 현장의 사진 속에서 싱글벙글 환하게 웃고 있다. 그가 말한다.

“그건 아마도 희망의 싹 때문일 것이다. 재난의 크기와 원인은 달라도 마음을 열고 잘 살펴보면 거기에는 언제나 파란 희망의 싹이 움트고 있다. 혹독한 환경에서 척박한 땅을 뚫고 돋아난 그 작고 기특한 것을 보았으니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을까.”

웹 2.0 기획론: 강력한 웹 2.0 서비스를 만드는 13개의 키워드를 읽고

정유진의 웹 2.0 기획론: 강력한 웹 2.0 서비스를 만드는 13개 키워드 책표지예전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주말에 서점에 들러 과감하게 산 두 권의 책 중의 한 권이다. 책을 사고 나서 2주일간 서울로 출장을 다녔는데, 출장을 가면서 지하철에 있는 시간이 많아 책읽기에 좋은 환경이 저절로 생겼다. IT 분야의 컬럼니스트들은 대부분 배경이 엔지니어인 경우가 많다. 분야의 특성상 기술적인 배경이 전혀 없이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의 경향성이나 공통점을 찾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 정유진NHN에 근무하는 웹 기획자이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이런 훌륭한 기획자가 일하고 있는 회사가 참 부럽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웹 기획을 하건, 웹 기술 또는 웹 디자인을 하건 자기 영역의 전문성을 가지면서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력을 갖추고, 사회 저변에 흐르는 큰 변화의 틀을 읽어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정유진은 웹 2.0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그것들을 꿰뚫는 13개의 공통 키워드를 제시하였다. 예전에 웹 2.0 시대의 기회: 시맨틱 웹을 읽었을 때 느꼈던 흥미와 설레임이 다시 배가 되어 살아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나름대로 다시 웹 2.0의 키워드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내가 생각한 결론은 관계라는 단어이다. 과거의 웹은 관계를 맺는 방법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 “링크”였다. 물론 링크는 지금도 매우 중요한 “관계”를 설정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세상의 지식은 양이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종류도 셀 수 없이 많아지고, 공급자도 다양해지면서 그들간의 관계를 단순하게 링크로만 맺어주는 것에는 한계가 드러났다. 그리고 아주 엄격한 규칙을 적용해 매우 뛰어난 소수의 전문가 또는 공급자가 관계를 맺어주기에 웹의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하고 너무 복잡해졌다. 그래서 이제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지식들이 많아지면서 웹은 지나치게 거대한 쓰레기장이 되어 버렸다. 그런 쓰레기장에서 숨어있는 보물을 용하게도 잘 찾아주는 녀석이 바로 “구글”이다. 즉, “구글”의 검색은 웹 1.0 시대의 천재이다. (물론 구글은 웹 2.0시대를 연 대표적인 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웹 2.0 시대가 오면서, 쓰레기가 데이터로 변모한다. 마이크로포맷 등을 통해 데이터의 규격이 생기고, XML 웹 서비스라는 것을 통해 전혀 소통이 불가능했던 데이터와 다른 곳에 있는 데이터의 소통 방법이 생기고, 기존에는 데이터로 취급하지 않았던 데이터들의 관계나 숨은 데이터(메타 데이터)가 새로운 데이터가 된다. 기존의 웹에서 단일한 사이트 내에서만 조회 가능하던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조회(쿼리)가 이제 전체 웹을 꿰뚫으며 가능해진 것이다. 웹 2.0은 기존의 웹 1.0 시대에서 팀 버너스 리가 꿈꾸었던 시맨틱 웹에 한 발 더 다가선 개념이다. 단일한 서비스나 단일한 사이트가 아닌 웹 전체가 거대한 네트워크가 되고, 전체 웹이 하나의 거대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가 되어 사용자가 또는 기계가 원하는 데이터를 자유롭게 추출할 수 있게 된다는 개념은 사실 인간의 지식 표상(knowledge representation)에 대한 연구에서 나온 결과와 아이디어를 주고 받은 결과이다. 인간의 뇌세포들은 시냅스를 통해 매우 복잡한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고, 지식들이 한 개의 뇌세포가 아닌 여러 지역에 분산되어 저장된다. 즉, 하나의 개념이나 지식을 활용하려면 관계있는 모든 영역이 동시에 병렬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하고, 그 활성화되는 정도는 과거에서부터 축적되어온 지식들간의 연결 강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즉 인간은 아마도 기본적으로 “관계”를 통해 사고를 확장해갔는지도 모른다.

김중태 원장은 그의 저서, 웹 2.0 시대의 기회: 시맨틱 웹에서 웹 2.0의 특징 중에 “자동화”를 강조했었다. 맞는 말이다. 쓰레기로 가득찬 곳에서는 쓰레기 처리를 자동화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의미있고 서로 관계가 있는 데이터로 가득찬 곳에서는 기계에 의한 자동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근원적으로 웹은 누구 한 사람에 의해서 통제되는 한정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정해진 규칙 기반의 자동화를 구축하려고 하면 한계에 부딪힌다. 그것들을 보완해주는 중간 단계의 기술들이 현재 나와 있는 웹 2.0의 기술과 서비스 아이디어들이다. 그러나 점점 더 복잡해질지도 모르는 웹에 “자동화”를 구현하려면 김중태 원장이 말했듯이 인공지능의 기술, 특히 신경망처럼 스스로 방대한 데이터들을 입력받고 학습하며 진화하는 시스템이 더 발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구글처럼 매우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공간/시간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기술도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기술 서적이 아니다. 웹 2.0도 기술 용어가 아니다. 그래서 기술을 다루지 않는, 또는 웹을 다루지 않는 사람들도 웹 2.0이나 이 책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웹 2.0의 시대에 강조되어온 “관계”와 “소셜(social)”, “데이터”, 어텐션(attention)” 그리고 “참여”와 “공유”라는 개념은 조직 내의 의사 소통 과정, 의사 결정 과정, 전략 수립, 지식 경영, 교육과 훈련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조직의 규모가 크고, 구성원들의 업무, 성향, 국적, 역량 수준이 다양하고 복잡할수록 더욱 그러할 것이다. 앞으로 많은 조직들이 웹 2.0 또는 엔터프라이즈 2.0을 조직 내에 어떻게 적용하여, 어떻게 변화해갈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