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보고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페이스북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우선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개념이 상당히 깔끔하지 못해서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습니다. 또 실제 세계에서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로부터의 요청을 거절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덜컥 수락하기에는 노이즈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큽니다. 어쨌든 무섭게 성장하고 있고 구글을 능가하는 유일한 인터넷 플랫폼이 되어가는 페이스북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영화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주인공인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는 하버드 대학교의 문제 투성이인 심리학과 학생이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마음먹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한 일이면, 학교의 규정, 동료나 친구에 대한 예의, 사회적인 통념 따위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괴짜인 것 같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정말로 “쿨”한 것을 처음으로 소개하고, 그것이 예상치 못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환호”와 지지를 받게 되고, 실제로 기존의 일하는 방식이나 소통하는 방식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주는 것! 그것이 마크가 페이스북을 통해 만들어낸 것입니다. 반면 공동 창업자인 그의 친구 에듀아도 사브린(Eduardo Saverin)은 아주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사람으로 영화에서 그와 갈등을 빚습니다. 아무리 쿨한 사이트여도 당장에 광고를 끌어오지 않으면 돈벌이가 안 된다는 아주 현실적인 생각이지요. 그에 대해 냅스터의 창업자인 숀 파커(Sean Parker)는 오히려 당장의 돈보다는 더 쿨하고 더 멋진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 더 재미있어 하는 사람으로 마크가 페이스북을 다른 대학과 다른 나라에 크게 확장하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영화를 보면서 현실에 있는 사람들의 캐릭터와 영화의 캐릭터가 자꾸 비교되었습니다. 제 주변에도 숀 파커같이 재미있고 쿨한 가치를 추구하고, 크고 거친 꿈을 꾸는 사람이 있고, 반면에 현실적인 걱정으로 가득차있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상 바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잘 어울리면 정말 멋진 시너지가 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 가치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기 쉽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크나 숀처럼 큰 꿈을 꾸고 싶고, 재미있으면서도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큰 일을 직업으로 삼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역시 당장의 현실적인 문제로부터 그리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금년 초에 미국 실리콘 밸리(즉, 팔로 알토,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등)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오라클이 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구글, 기업용 협업 시스템으로 유명한 자이브소프트웨어, 소셜텍스트 등의 회사 사람들을 만나고 또 팔로 알토 시내를 돌아다니며 전세계 사람들을 열광시킨 여러 가지 혁신의 근원지는 공기가 어떻게 다른지 느껴보려고 했습니다. 짧은 기간에 그것을 알기도 힘들었고, 말로 표현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굳이 그것을 압축해서 표현한다면, “재미”와 “열정”이었습니다. 썬과 같이 큰 회사나, 소셜텍스트와 같이 작은 회사나 모두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너무나 재미있어 하고, 자기들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나눠주고 싶어합니다. 자기가 하는 일을 재미있어하고, 다른 사람들이 별로 시도해보지 않았지만 그 일이 앞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고 모험을 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투자하는 앤젤 투자자들이 미국 사회에는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벤처와 창업 붐이 있었으나, 성공하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대기업 위주로 짜여진 우리 나라의 경제 시스템의 위계 질서에 부딪쳐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저도 큰 기업의 울타리 안에서 모험을 꺼려하고, 기존 질서만을 옹호하는 늙수그레한 중견 관리자가 되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