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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접근성 품질 마크 심사 끝

지난 몇 달동안 나를 최대한 괴롭혔던 것이라면, 단연코, 웹 접근성 품질 마크 심사였다. 웹 접근성 품질 마크는 이번이 4회째인데 대상 웹 사이트가 갈수록 늘어나 열 댓 명의 심사위원 한 사람에게 배정된 양이 만만치 않았다. 한 사이트에 대해 세 사람이 심사하고, 세 사람의 의견을 모아서 마지막으로 다시 한 사람이 보고서를 정리한다. 주말이나 저녁에 쉬는 시간이면 품질 마크 귀신이 나를 따라다니며 “네가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있어?”라며 괴롭혔다. 평가 기간동안 개선이 일어나면 다시 심사를 반복해야 했는데, 접근성이 개선된 것은 참 반가운 일이지만, 평가하는 사람들에겐 노동이 더 늘어나므로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었다. 스물 여섯 개의 지표를 수십 개의 페이지에서 확인하는 일은 상당한 중노동이다. 그런 수십 아니 수백 수천 개의 페이지를 만든 사람의 노고에 비하면 별 것 아니겠지만.

웹 접근성은 모로 가거나 홀로 가도 대충, 빨리 앞으로만 가면 된다는 기술 지상주의나 성장 제일주의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합의된 규칙을 지키며, 다같이 함께 가지 않으면 진보하지 않는 것”이라고 딴지를 거는 제동 장치이며, 기술과 디자인의 바른 길을 제시해주는 항법 장치이다. 다행히 이런 제도 때문인지 거의 바닥에서 출발한 한국 공공 기관의 웹 접근성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일반 기업들의 웹 사이트는 아직도 세계 최하위 수준이지만.

나중에 시간이 나면, 여러 사이트에서 공통적으로 자주 나오는 문제점들을 모아서 사례집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을 강제로 설치하도록 우기는 사이트들(개인적으로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이야말로 과장된 보안 위협에 기반한 사기성 프로그램의 극치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기본 중의 기본인 URI를 감추거나 페이지 제목을 제대로 안 쓰는 사이트, 뻔한 HTML을 놔두고 정말로 희한한 자바스크립트를 개발하여 적용한 사례 등등… 아무튼 오늘로 나에게 주어진 모든 사이트에 대한 보고서까지 다 마쳤다. 제발 다시 재심이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말을 편하게 보낼 수 있게…

극단적인 환경의 웹 접근성: 크로스브라우징을 넘어서

2008년 11월 3일 행정 안전부와 한국 정보 문화 진흥원에서 개최한 민간 부문의 장애인 웹 접근성 제고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제가 제일 마지막에 하나를 발표했는데, 웹 콘텐츠 접근성과 모바일 웹 접근성의 유사한 점, 그리고 장애인과 모바일 웹 사용자들의 비슷한 사용자 경험 등을 소개하려고 했습니다. 세미나 하면서 이번처럼 벼락치기로 준비한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원고도 꼴찌로 내고, 발표 시간에 겨우 맞추어 헐레벌떡 도착하고, 발표 하면서도 주제가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도 엄청나게 초과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세미나 진행하시는 분들에게는 최고로 미운 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아무튼 모바일 웹은 매우 중요한 유행어(buzzword)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양한 모바일 기기와 기술은 웹을 접하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발표 자료를 공유합니다.

박스닷넷에서 파워포인트 파일 원본 내려받기 또는 웹에서 보기 | 슬라이드셰어를 통해 웹에서 보기

웹 접근성 향상 캠페인

인터넷이 며칠 째 먹통이 되어 이런 캠페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군요. 한국 정보 문화 진흥원에서 웹 접근성 향상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웹 접근성, 웹 표준, 상호 운용성 등에 대해 사람들이 말을 많이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다른 나라 얘기이거나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런 캠페인은 보통 사람들에게 쉽고 평범하게 웹 접근성이 왜 중요하고 꼭 지켜야만 하는 것인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쉽고 빠르게 접근성에 대해 설명해주는 동영상, 강추입니다.

접근성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조차도 장애인의 접근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 꺼내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대신에 좀 더 근사하고, 저항이 없는 국제 표준, 기술 표준, 상호 운용성, 구조와 표현의 분리, 모바일 웹, 최신 기술 등의 섹시한 단어로 포장을 해서 접근성을 간접적으로 강조하곤 합니다. 저도 그래왔었구요. 그만큼 장애인은 소수이고, 돈도 안 되고, 장애인의 문제를 가지고 제품 개발자들에게 설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아무리 소수라고 해도 장애인들에게 “세상과 통하는” 매우 중요한 문인 웹을 닫아놓고 IT 선진국이라고 외치는 것은 자기 기만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장애인이나 노인은 이제 소수도 아니지요.

얼마 전에 아버지에게 웹에 있는 씽크프리 오피스를 이용해서 주소록을 정리하는 것을 알려드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접근성의 문제는 거창한 이론에서 나오지 않더군요. 접근성 지침에 있는 항목들을 다 지킨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컴맹이 봐도, 누가 봐도, 장애인이 봐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교육받지 않아도 쉽게 쓸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접근성입니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아버지에게 씽크프리 오피스는 너무 복잡했고, 새롭게 익혀야 할 개념도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니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제 웹 사이트도 아직 먼 것 같습니다.

제가 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정보화 유공자 포상 전자 신문 기사

오늘 코엑스 3층 오디토리움에서 스무 해를 맞이하는 정보 문화의 달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영광스럽게도 저도 상을 하나 받게 되어 회사에 휴가를 내고 아침부터 꽃단장(?)하고 서울로 갔었습니다. 행사 예행 연습을 해야 한다고 9시 반까지 오라고 해서 부지런을 떨며 갔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시간은 많이 남더군요. 어쨌든 장관님을 비롯한 높으신 분들이 오시는 행사라 진행 요원들도 무척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을 위해 두 번 예행 연습을 하고 수상식에 나가 표창장을 받았습니다. 정보화 유공 포상은 강지원 변호사와 삼성에스디에스 김인 사장, 전자신문 금기현 대표이사 등이 훈장/포장을 받고 또 대통령, 국무총리, 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자들 중에 몇 명이 대표로 시상식에 참가했습니다. 저도 앞에 나가 수상을 했는데 언론사에서 나와서 사진 찍는 사람이 그렇게 많았지만 제 사진을 개인적으로 찍어주는 사람은 없어서 결국 사진사 아저씨 한 분이 찍어놓은 제 사진을 나중에 보내주겠다고 해서 그러겠노라고 했습니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일어납니다. 아마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을 소개한 것실무 제작 기법 책을 쓰면서 마음 졸인 것, 기타 접근성 홈페이지 경진 대회나 인증 마크 등 관련 행사 등에 심사, 평가, 자문 등을 하면서 발로 뛴(?) 것에 대해 고생했다고 보상을 주신 것 같습니다. 사실 회사에서 딱히 웹 개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활동들 때문에 회사일 소흘히 한다는 말 들을까봐 항상 조심스러웠습니다. 물론 결코 그렇지는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지만… 아무튼 보이지 않은 곳에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저보다 더 열심히, 활발하게, 전문적으로 묵묵히 활동하시는 관련된 모든 분, 부족한 저를 추천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라클이 접근성 때문에 고소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현준호님 블로그에서 글로벌 기업인 오라클이 접근성 위배로 고소당했다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기사 원본이 어디 나와있을까 한참 찾다보니 현준호님 글 맨 끝에 Oracle sued for failing blind users라는 기사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도 오라클에서 만든 교육 관리 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 LMS)을 비롯해 인적 자원 관리를 온통 오라클로 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갔습니다. 처음에 오라클 소프트웨어(데이터베이스가 아닌 주로 ERP 류의 소프트웨어)를 접해본 느낌은 아주 복잡하고 난해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사용자 인터페이스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기술적인 배경이 강한 사람들은 오라클을 쓰면서 점점 감탄하게 됩니다. 그 복잡한 세상을 이렇게 일관성있게 관리할 수 있도록 구축해놓은 것에 놀라게 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도대체 이걸 누가 쓰라고 만들어 놓은 것인가 다시 묻게 합니다. 일반적인 우리 나라의 학습 관리 시스템이라면 현황 자료를 뽑을 때에 그냥 버튼 하나 누르면 간편하게 엑셀로 다운받아 줍니다. 그런데 오라클에서는 그런 현황 자료 하나 뽑을려면, 일일이 SQL 만들어서 돌리고, 다시 템플릿을 XML이나 XSLT로 만들어서 리포트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그것도 정말 불편하고 느린 인터페이스로 되어 있지요. 다시 말해, 사용자가 SQL, XML 따위를 모르면 아무 것도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설사 SQL을 안다고 해도 그 거대한 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 구조를 기술적으로 파악하고, 또 운영을 해봐야 이게 실제 어떻게 연관된 것인지 자세히 알 수 있기 때문에 현업에서 SQL 만들어서 실제로 써먹으려면 하세월이 걸립니다. 그래도 저는 그런 오라클의 방법이 그냥 단순하게 엑셀 파일에 서식까지 잔뜩 입혀서 다운로드받게 해주는 국산 프로그램들보다 어떤 면에서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엑셀 형식은 적어도 보편적인 형식이 아닌 특정한 업체의(proprietary) 형식이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 나라 업체의 제품 같으면 웹에서 트리 구조를 표현하기 위해 이상한 액티브 엑스(Active X) 깔아서 클라이언트에서 트리를 펼쳤다 닫았다 할 수 있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실제 그런 경우가 매우 많지요. 모두가 윈도우즈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만 쓰고, 자기 컴퓨터에 그런 프로그램 수십 수백 개 깔리는 것 신경 안쓰는 사람들은 그게 훨씬 편한 방법일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오라클은 정말 느리고 불편하게 서버에서 트리를 완전히 다시 갱신하는 방법을 쓰고 있었습니다. 사실 요즘 같으면 아마 에이잭스(AJAX)를 써서 훨씬 빠르게 만들 수도 있었겠지요. 그런데 그 불편한 서버 갱신 방식을 채택한 것도 어찌 보면 이유가 있었습니다. 트리를 펼치는 것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트리의 특정 노드로 점프하는 것 등이 모두 키보드로 작동 가능하고, 시각 장애인이 쓸 수 있게 해놓았더군요.

국내 학습 관리 시스템 같으면, 특정 과정을 개설할 때 강사를 지정하는 것 정도는 아무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만 오라클 시스템에서 그것은 무지무지하게 어려운 일에 속합니다. 시스템을 아무리 뒤져봐도 강사(instructor)라는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을 한 번 하려면 오라클 권한 부여 모형(Oracle permission model)과 역할(role), 권한(privilege)을 이해해야 하고, 또 사이트(site), 자원(resource), 자원 유형(resource type)이라는 개념과 자원 예약(booking), 확인(confirmation) 개념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한 마디로 한 방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강사 지정한다고 해서 강사 권한이 바로 부여되는 것도 아니구요.

아무튼 오라클 소프트웨어를 쓰면서 한편으로는 방대하고 어마어마한 구조에 감탄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전혀 무신경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불만을 갖게 됩니다. 오라클의 웹 소프트웨어의 사용성은 제가 써본 바로는 별로입니다. 엔지니어들에게는 많은 자유를 줄 수 있지만 기술과는 거리가 먼 업무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꽝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그런데 웹 인터페이스는 그나마 낫습니다. 재활법 508조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대체 텍스트, 키보드 접근성 등을 대부분 지켜서 나옵니다. 그렇다고 웹 표준을 지키지는 않았습니다. 웹에 있어서는 아주 구닥다리 코드들을 사용하고 있지요. 그런데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이 과연 이렇게 복잡한 시스템을 머릿속에 담아서 직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니, 상당히 무리이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나라에서 만든 웹처럼 다른 브라우저에서는 아예 화면이 안 뜨고, 화면 레이아웃이 깨지고, 작동도 안 하고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고소를 당한 소프트웨어는 아마 자바 애플릿 기반의 소프트웨어쪽이 대상이 된 것 같습니다. 오라클이 만든 자바 애플리케이션을 써보면 정말 가관입니다. 처음 보면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감이 오질 않습니다. 그리고 자바 애플리케이션들은 접근성을 거의 고려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자바의 접근성이 아주 나쁜 것은 아닙니다. 100% 자바로만 만든 넷지(NETg)의 이러닝(e-learning) 콘텐츠나 스킬소프트의 온라인 콘텐츠는 접근성이 아주 좋습니다. 우리 나라 이러닝 콘텐츠들의 경우는 기본적인 웹 표준과 웹 접근성, 상호 운용성, 최소한의 사용성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고 오로지 서로 다른 학습 시스템간의 상호 운용성을 보장해준다는 스콤(SCORM)에만 신경을 쓰고 있지요. 기본적인 데이터로서 가치가 낮고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한 콘텐츠를 아무리 스콤 표준에 맞추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오라클은 아주 거대한 회사입니다. 그래서 제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움직임도 상당히 느리더군요. 그리고 워낙 제품군이 많고 방대하기 때문에 고액 연봉을 받는 오라클의 전문 컨설턴트들도 자기가 전문성을 가진 특정 분야 제품이 아니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세히 모르는 것 같습니다. 재활법 508조 때문에 오라클은 형식적으로만 접근성을 지켜왔던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그나마 자바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에는 신경을 덜 써왔던 것이고. 이제 그런 형식적인 접근성을 지켰다고 해도, 실제 장애인 사용자의 “원활한”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이번 사건이 드러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장애인 사용자가 인사 정보를 열람하기 위해 항상 비장애인 사용자의 도움을 받아야 해서, 자신의 개인 정보를 남에게 다 노출할 수 밖에 없는 심각한 문제를 참아 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접근성을 지키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그리고 단순해보이는) 접근성 규칙들 이면에 숨어있는 사용자 편의성(usability)이라는 측면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사용자 편의성, 접근성 문제에 상대적으로 둔감함을 보여왔던 오라클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해의 용이성: 웹 접근성 준수 실무 세미나 발표 자료

오늘 (2006년 11월 29일) 웹 접근성 준수 실무 세미나에서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중 세 번째 원칙인 이해의 용이성 부분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원칙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보다는 짧은 시간에 실제 일어날 법한 사례를 다루려고 욕심을 부리다 보니 이도저도 아니게 약간 어중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아무튼 파워포인트 발표 자료를 공유합니다. PDF로 변환한 파일은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발표 자료: Understandable Content and Controls

정보통신 접근성 향상 표준화 포럼 홈페이지 개편

요즘 회사 일이 무지하게 많아 주말이고 밤이고 없이 일만 하다가 너무 지겨워 우연히 ‘정보통신 접근성 향상 표준화 포럼’ (이하 IABF)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았다. 앗, 언제 이렇게 깔끔하게 바뀌었지? 그동안 접근성에 관한 모든 지침, 교육, 소식을 전달하는 창구였던 IABF 홈페이지가 자신의 홈페이지의 접근성이 별로 좋지 않아 종종 비난(?)의 대상이 되어왔었는데, 이번에 아주 독하게(?) 고친 것 같다. 시간이 없어서 자세하게는 못 봤는데, 최소한 시맨틱(semantic)한 측면에서는 장족의 발전을 한 것 같다. 브라우저 호환성과 키보드 접근성을 고려한 동적인 메뉴, 키보드 포커스(focus)가 눈에 확 띄는 것도 마음에 든다. 접근성 지침의 예제도 참신한 것으로 들어가 있는 것 같고, 아마 앞으로 추가될 예정인 것 같다. 그동안 바라고 바랐던 RSS 구독 기능도 추가될 듯이 보인다.

얼핏 봐서 마음에 걸리는 것 한 가지는 첫 페이지에 아무래도 욕심을 많이 내다 보니 시각 장애인이나 인지적인 장애인에게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그리고 아무래도 디자인을 고려하다 보니 크기 조절이 힘든 작은 크기의 그래픽 이미지들이 상당히 쓰인 것인데 이것도 아마 인터넷 익스플로러 7이나 오페라와 같이 화면 확대 기능이 있는 브라우저가 보편화되면 큰 문제가 안 될지도 모른다.

암튼 IABF 화이팅! 난 다시 회사일 해야함…

웹 2.0 시대의 웹 접근성 평가 이벤트 (부산 광역시)

부산광역시에서 재미있는 이벤트를 하는군요. 시 홈페이지의 웹 접근성 오류를 많이 지적해준 사람에게 상품을 준다고 합니다. 이벤트 페이지부터 좀 고쳐야 겠다는 생각도 들고, 왜 이런 행사를 이왕이면 공개적인 게시판에서 열띤 토론이 되도록 하지 않고, 얌체같이 폼 메일로 보내도록 했는지 심히 아쉽습니다만… 어쨌든 이런 이벤트를 통해 따가울 것으로 예상되는 사용자들의 지적을 받겠다는 취지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메인 페이지에는 아직 이벤트 소식이 걸려있지 않네요.

부산 광역시의 웹 접근성 평가 이벤트

깜박이는 것들은 가라!

우리 나라 웹 페이지들에서만 발견되는 좋지 않은 특징을 몇 가지 들어보라면 뭐가 있을까? 나는 여기 저기서 난무하는 깜박임과 움직임, 잘 보이지도, 예쁘지도 않은 흐릿한 텍스트, 플래시 메뉴 정도를 들고 싶다. 이런 것들이 정부, 국가 기관, 비영리 기관, 일반 기업, 포털, 대학 등을 가리지 않고 총체적으로 악명높은 한국적인 웹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요소인 것 같다. 그 중에서 깜박임과 움직임의 문제는 W3C의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에서 중요도 1로 다룬 상당히 심각한 것인데, 국내에서는 접근성을 고려해 개편을 했다는 웹 페이지들도 깜박임과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만큼은 무한정의 관대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왜 서구의 웹 페이지들이 깜박임이나 움직임을 쓰지 말라고 지침을 만들었을까? (깜박임을 제한하는 W3C 지침, 미국 재활법 508조 규정 (h)와 (k), HP의 지침, IBM의 지침, BBC 지침)

  • 1초에 약 2회에서 59회 사이의 깜박임에 노출되는 것은 일부 사람들에게 광과민성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1초에 약 20회 내외의 깜박임이다.
  • 움직이는 메뉴나 텍스트, 그림을 선택하는 것은 뇌병변 장애가 있거나, 마우스 사용이 서툰 초보 사용자, 노인, 키보드 사용자가 콘텐츠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제한된 시간 내에 사용자한테 무슨 동작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사용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제작자의 오만이다.
  • 텍스트나 그림이 움직이거나 깜박임을 유지하기 위해, 해당 영역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경우, 시각 장애인용 스크린 리더는 해당 영역만 반복적으로 읽어주면서 다른 영역으로 가지 못하는 현상이 생긴다.
  • 난독증이나 인지 장애가 있는 사람들, 글을 읽는 것이 서툰 외국인들은 빠르게 변하는 그림과 텍스트를 이해하기가 훨씬 어렵다.
  • 화면 확대기를 쓰는 사람들은 화면의 좁은 부분을 확대해서 봐야 하는데, 좁은 부분만 봐서는 깜박이거나 변해가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확대할 영역을 이동해가면서 본다고 하더라도 이미 시간이 지나면서 내용이 바뀌어버렸으므로 이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 첫 화면에 불필요한 플래시나 애니메이션을 넣음으로써 페이지 로딩 속도가 현저하게 늘어난다. 나는 펜티엄 3, 450Mhz와 PCI 방식의 16MB짜리 구형 S3 그래픽 카드, 그리고 리눅스(페도라 코어)와 오페라를 사용한다. 이 환경에서 첫 화면과 메뉴를 플래시로 도배한 국내 홈페이지들을 보거나 탐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와 자비심, 평정심이 필요하다.
  • 화면 여러 군데에서 깜박임이 나타나게 되면, 사용자는 어디에 주목하고 시선을 둬야 할 지 혼란스럽다. 메뉴부터 시작해서 공지사항, 링크, 광고 모든 것이 깜박이니 도대체 뭘 주목하라는 것인지…
  • 화면이 온통 움직이는 사이트들은 (실험해보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사람들에게 덜 인상적이고 더 기억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내용과는 별 상관도 없는데 메뉴를 치장하느라고 무겁고 느린 플래시를 덕지덕지 붙여놓은 사이트들은 단 한 장의 강렬한 그래픽 이미지로 사이트 전체의 느낌과 메시지를 나타낸 사이트에 비해 인간에게나 기계에게나 처리해야 할 정보량은 많고, 그 사이트를 기억하게 만드는 특징점은 줄어들 수 있다.
  • 요즘에 잘 쓰이지 않지만 텍스트를 깜박이거나 움직이게 하는 <marquee>와 <blink>는 HTML 표준에 없는 것들이다. 모든 웹 표시장치들이 그것을 지원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깜박임이나 움직임은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 왜 첫 화면부터 사용자는 원하지도 않았는데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지루하게 봐야 하는가? 깜박임과 움직임이 자주 쓰이는 곳들을 짚어보았다.

움직이는 뉴스
우리 나라 정부 사이트들은 국정 브리핑 자료나 뉴스를 나타내기 위해 좁디 좁은 화면에 텍스트들이 위로 흘러가거나 좌우로 흘러다닌다. 길거리 광고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인가? 그렇게 흘러가는 것 보면서 내가 원하는 것 나오면 잽싸게 마우스로 낚아채라고 마우스 훈련 시키는 것인가? 이런 경우는 그냥 화면을 넓게 쓰고 보여주고 싶은 것을 움직이지 말고 다 보여주면 된다. 그래도 좁다고? 그러면 가장 최신 것, 또는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전체 보기]를 눌러서 보도록 하면 된다.
첫 화면 플래시
정말 나쁜 추세인데 우리 나라 웹 페이지들이 첫 화면에 플래시 애니메이션, 광고를 넣는 것도 모자라 메뉴를 죄다 플래시로 만들어가고 있다. 플래시 메뉴도 점잖게 나오는 것이 아니고 온갖 불필요한 애니메이션을 다 집어넣어 만들고 있다. 선택하지 않은 애니메이션은 없어져야 한다. 정말 강조해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우리 회사/우리 기관이 방문자에게 호소하고 싶은 구호를 보여주려면 정말 중요한 것 하나를 간결하게 골라서 정적으로 보여주면 된다. 사용자들에게 호소력있게 메시지를 만들고 내용을 담고, 시각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기획자의 노력의 산물이다.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무작정 이것 저것 번갈아가면서 다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기획자의 게으름이 산물이다. 게다가 굳이 그런 구호를 글자가 춤을 추면서 나오도록 하고, 새가 날아다니고, 구름이 흘러가면서 보여주어야 겨우 사용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기획자의 게으름과 유치함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플래시 애니메이션
제품 사용법을 소개하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쓰겠다고 하면 대찬성이다. 사용자가 제품 소개 플래시 애니메이션 보기와 같은 링크를 선택한다는 전제하에. 그리고 플래시를 볼 수 없는 사용자나 플래시보다 더 빨리 내용을 보고 싶은 사람, 내용을 인쇄해서 보고 싶은 사람을 위해 텍스트로 보기, PDF로 보기와 같은 대안적인 링크도 제공해주어야 한다.
플래시 비디오
요즈음은 플래시가 애니메이션 영역에서 벗어나 스트리밍 비디오로 많이 쓰이고 있다. 사실 반가운 일이다. 기존의 윈도우즈 미디어는 윈도우즈에서만 볼 수 있고, 퀵타임은 리눅스에서 볼 수 없고, 리얼 미디어는 리얼 플레이어 다운로드 받기가 너무 어렵다. 반면에 플래시 비디오는 플래시 플러그인을 깔아야 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OS와 브라우저에서 볼 수 있으니 일단 훨씬 많은 사용자를 수용할 수 있다. 이렇게 사용하는 경우에도 오디오를 듣지 못하는 청각 장애인이나, 사운드 카드가 없는 사용자, 성질이 급해 텍스트만 빨리빨리 보면서 넘어가고 싶은 사용자, 외국인 등을 위해 캡션을 넣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재생, 멈춤, 앞으로 가기, 뒤로 가기, 음량 조절, 소거, 속도 조절, 화면 크기 조절, 캡션 표시 여부를 사용자가 제어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광고
국내에서 최근에 유행하는 모든 형태의 플래시 광고는 모든 사람에게 짜증을 유발하는 공공의 적인 것 같다. 게다가 화면의 주요한 내용을 가리면서 등장하는 플래시 광고는 아마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싫어할 것이다.

플래시나 깜박임을 쓰지 않고도 사용자에게 전달하고자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만 간결하게 그래픽으로 나타낸 외국 사이트들은 매우 많다. 그리고 그와 대조적인 한국의 사이트들도 너무 많다. 2006년 7월 24일 현재 시점에서. 언제 바뀔지 모르므로…

  • 메인 이미지 하나로 시의적절한 key message를 전달하는 General Electric사의 홈페이지, 이와는 대조적인 한국의 삼성전자엘지전자
  • 전달하고자 하는 캠페인의 주요 포인트(What CEO wants. How the CIO delivers it.)를 아주 간단한 애니메이션으로 나타낸 IBM사의 홈페이지
  • 대학 캠퍼스의 자유로운 풍경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내고 첫 페이지에서부터 RSS에 대한 링크가 눈에 띄는 가보고 싶게 만드는 차분한 옥스포드 대학교 홈페이지
  • 기억에 남는 이미지는 거의 없는데, 메뉴를 선택하는데에 엄청나게 복잡한 플래시를 쓴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는 고려대학교 홈페이지
  • 나는 정말 자동차에 대해 알아보려고 방문했는데 방문한 고객에게 총체적인 짜증을 유발하며 고객을 내쫓는 한국의 GM대우 홈페이지
  • 같은 GM인데도 한국과 미국의 홈페이지 문화 차이를 너무 극명하게 보여주는 미국의 GM사 홈페이지. 원하는 차에 대한 정보를 어떤 곳에서 더 빨리, 더 쉽게, 더 정확하게 찾을 수 있을까?
  • 비슷한 성격이지만 사이트 모든 곳이 다 깜박이고, 움직이고, 마우스 갖다 대면 요동을 치는 한국의 옥션과 오로지 가운데 작은 광고 하나만 약간 움직이다 마는 미국의 eBay
  • 한국에서 웹 접근성 캠페인을 벌이지만 깜박임, 플래시 메뉴, 흐르는 텍스트까지 스스로 만든 접근성 규칙을 지키지 않는 한국 정보문화 진흥원과 미국 유타 주립 대학 내에서 접근성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스스로 사이트를 매우 접근 가능하게 만들어놓은 비영리 기관인 WebAIM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이 발달해서, 또는 한국 사용자들의 미적인 수준이 높아서 메뉴에서부터 플래시를 써야만 한다고 제발 우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정말 사용자의 주의를 끌고 싶고 멋지게 만들고 싶으면 무조건 깜박임을 쓸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행동 특성을 연구해서, 정교한 문구와 메시지에 걸맞는 인상적인 이미지, 그리고 내용물의 적절한 선택과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머리를 싸매고 연구해야 한다. 아무리 초초고속 인터넷이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예측 불허의 움직임과 깜박임이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주고 장애인에게 좌절을 준다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