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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식의 다른 생각 (보관)

접근성과 보편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신 또 한 분을 뵙게 되어 참 반갑습니다. 애플 포럼에서 Trinity님의 글을 찾아서 죽 읽어보았습니다. 연세대 사이버강의실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신 것을 잘 보았고, 정말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조목조목 잘 지적해주셨더군요. 결국, 진정한 세계화와 기술적인 발전이란 다양성과 보편성의 수용이라고 생각하며, trinity님의 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앞으로도 기술자들에게 그런 따끔하고 논리적인 지적을 많이 해주셔서 조금씩이나마 우리나라의 기술자들도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애플 포럼에 올리신 글은 다른 분들에게도 참고가 될 것 같아서 허락없이 이곳에 인용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 참고로 photon님은 저희 형(신정식)입니다. 모질라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고, 리눅스에서 한글 입력기 개발과 한글 폰트(Un 계열) 개발, 유니코드 컨소시엄, 소프트웨어의 국제화(i18n), 현지화(l10n) 등에 참여하고 있어서, 아마 저보다는 많이 알려져 있어서 제가 가끔 형 덕(?)을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 저는 기술적으로는 자세한 것은 잘 모르고, 그냥 이념적으로 보편적인 접근성과 웹 표준 준수, 이기종간의 상호운용성에 관심과 열정이 많이 있습니다.

인용글 원본 있는 곳

연세대 사이버 강의실의 접근성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습니다.


밑의 글은 제가 연세대 사이버 강의실 담당자분께 비 윈텔 기종 사용자로서 겪는 문제에 대해 메일을 보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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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연세대학교 인문학부 99학번 김형진이라고 합니다.
이제 03년도의 2학기도 거의 다 끝나가는군요. 이번학기에 사이버 강의를 4개를 들었던
수강생의 입장에서 좀 불편했던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사이버 강의실의 '접근성(Accessibility)'이 Windows 플랫폼의 익스플로러 5.x-6.x에 지나치게 한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애플 컴퓨터사의 매킨토시를 사용하고 있는 비 Windows사용자입니다.(매킨토시의 운영체제는 Mac OS X입니다) 그러나 윈도우가 아니라고 해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모든 것이 사용가능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MS Internet Explorer에 특화된 사이트가 아닐 경우에 한합니다. 다시말해 인터넷 표준(Web Standard)를 지킨 사이트들은 매우 잘 보이고 접근 가능한 반면, MS의 독자적인 코드가 사용된(표준과 다른..) 사이트들은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유독 한국에서 강한데요, 인터넷 강국이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입니다. 인터넷의 이념은 어느 운영체제에 한정된 접근성만을 인정하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어떤 운영체제를 쓰든(Windows, Mac OS, Linux 등등) 어떤 웹 브라우저를 쓰든(Internet Explorer, Netscape, Mozilla 등등) 웹 상의 정보에 접근 가능해야 합니다. 이것은 제 생각이 아니라 웹 상의 정보 구현 기술(HTML, XHTML, XML, CSS등)을 제정하는 W3C(The World Wide Web Consortium)에서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점입니다.
인터넷의 산파인 W3C를 주도했던 Tim Berners-Lee의 말을 인용해보겠습니다.

"The power of the Web is in its universality. Access by everyone regardless of disability is an essential aspect."
-- Tim Berners-Lee, W3C Director and inventor of the World Wide Web

http://www.w3.org/

하지만 우리나라의 웹페이지들은 처참할 정도로 MS의존적이어서 웹페이지의 초기화면에
"이 사이트는 IE 5.x 이상에서 가장 잘 보입니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고, 이런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심지어 가장 접근성이 높아야 할 우리나라의 전자정부 사이트들도 IE가 아니면 가입하거나 단순히 보는 것조차 심각하게 제한당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반가운 것은 얼마전 정보통신부의 사이트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반성에서 가장 먼저 모든 웹브라우저에 대해 접근성이 고려되도록 홈페이지 전체를 개편했다는 점입니다.
매킨토시, 리눅스 사용자(기타 비 윈도우 진영 등등)는 분명 소수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의 접근성에 있어서는 '다수가 결코 표준'일 수 없습니다. 위의 Tim Berners-Lee의 말처럼, 인터넷에 대한 플랫폼 의존적이지 않은 접근성은 '필수'인 것입니다.

우리 학교의 사이버 강의실은 어떻습니까?
당연히 모든 학생들이 접근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합니다. 여기에서 '모든 학생들'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쓰는 학생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Netscape, Mozilla 등등의 브라우저를 쓰는 사람까지도 가리킵니다. 리눅스를 쓰는 사람은 익스플로러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오직 윈도우 운영체제를 쓰는 사람만이 그렇습니다.

구체적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쓰지 않으면 부딪히는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사이버 강의실로 로그인해 입장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개별 강의실로 들어간 다음에는 모든 '게시판' '전자칠판' 등등의 메뉴가 '클릭'조차 되지 않습니다. 전혀 접근성이 배려되지 않는 익스플로러 의존적인 기술이 적용되었기 때문입니다.

2. 사이버 강의실의 가장 중요한 기능가운데 하나인, 보고서 업로드 기능에서도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보고서 제출하기' 버튼이 클릭되지 않습니다.

위 두 문제점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쓰지 않는 학생에게는 더이상 '사이버 강의실'이 될 수 없습니다. 리눅스를 쓰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날 것은 분명합니다. 이미 세계 각국의 정부는 윈도우 대신 리눅스를 쓰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얼마전 브라질 정부가 공식적으로 리눅스 사용을 천명한 것은 좋은 예입니다. 외국의 유수 대학 사이트들은 어느 브라우저를 쓰든지 접근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것은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오라 연세로 가자 '세계로' "라는 구호가 진정 설득력을 얻으려면, 웹 페이지가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작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 아닐까요? 현재 연세홈페이지의 영문 사이트처럼 한글사이트도 접근 가능해야만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 아닐까요?


그럼 본격적으로 제 의견을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인터넷에서는 이점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우선 다음학기부터 '비 윈도우즈' 학생들을 위해(Linux, Macintosh를 쓰는 유저와 외국에서 온 교환학생을 포함한...) 위에서 제가 지적한 사이버 강의실의 치명적인 문제점 두가지를 수정해줬으면 하는 것입니다. 저는 문과생이고, 웹에대해 기술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코드가 어떤 것으로 대체되어야 하는 것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사이버 강의실을 설계하신 웹마스터 분께서는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웹 프라우저에서 잘 보이는 웹 표준 기술을 쓰면 될 텐데 왜 굳이 익스플로러 독점적인 코드를 쓰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우리학교의 학교 홈페이지 전체가 이러한 접근성에 기반해서 재작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늦었지만 정부차원에서 이러한 접근성 문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리눅스와 같은 비윈도우즈 운영체제는 이미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 시장을 점점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윈도우즈+익스플로러 종속적인 체제로 가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부담해야 할 비용보다는 점차적으로 웹표준적인 사이트로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일일이 지적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학교의 구석구석은 이미 이러한 MS종속적인 모습이 보입니다. 수강신청, 학사 포탈 등등 MS를 쓰고 있지 않은 연세인은 이미 연세인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없었습니다. 침묵하고 있었던 것은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다수의 윈도우즈 사용자들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앞으로의 추세는 플랫폼은(windows, mac, linux..) 더 이상 중요해지지 않고 얼마나 표준과 접근성을 갖춰졌느냐가 관건일 것입니다.

비록 우리 학교에서 얼마나 많은 비 윈텔 사용자가 있기에 그런 문제를 제기하느냐 하는 반론은 '문제의 초점을 벗어난 질문입니다'
이것은 소수가 다수에 대해 제기하는 권리 주장이 아닙니다. 웹표준을 어겨가면서까지 심각한 접근성을 훼손하고 있는 학교의 웹사이트에 대해 '바른 길'로 갈 것을 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중도 1층과 모든 단대의 컴퓨터에 Windows 98, XP가 깔려있지만, 몇 년 내에 비용 문제로라도 Linux를 채용하게 될 지 모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컴퓨터가 Windows가 깔려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세계적인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느 나라에서도 접근 가능한 웹페이지를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연세대의 진취적인 노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나중에 한꺼번에 바꾸려면 비용이 너무 커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and beyond the infin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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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희 플랫폼의 문제점을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처음에는 긴 글에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1년간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두고 윈도우에서도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오류가 난무하는 바람에 접근성 문제에 미처 신경쓰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학교 기관이다보니 기획자 역시 교육 전문가였고 기술적인 면에는 다소 관심이 적은 분이었죠.
그러다보니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윈도우가 아닌 다른 OS에서 원활히 이용할 수 없는 문제는 레이어의 문제이며,약간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수정이 가능합니다.

지적해주신 내용을 적극 반영해서 다음 학기에는 레이어를 없애고 기타 OS에서도 사용 가능하시도록 방학 중 변경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의견 많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ps. 눈 많이 오죠? 미끄러지기 딱 좋은 날입니다. -_-;;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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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강의실 담당자에게 보낸 제 편지와 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줄바꿈 말고는 전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결과는 어찌 될지 계속 지켜 봐야 하겠지만, 문제제기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는 듯 하고 결과도 좋을 거 같아 기분은 좋았습니다. (무척...^^ 학교를 몇년이나 더 다녀야 하는 입장으로서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기대됩니다.

그리고 제가 보낸 편지를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분들의 글들이 있습니다. photon님과 deli님, 특히 그리고 mozilla.pe.kr에 글을 올려주신 신정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분들의 글들이 아니었으면, 증거부족(?)으로 이같은 결과가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제가 학교(엄밀히 말하면 MS-IE)를 상대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좋습니다.

...And beyond the infinite

Trinity 님께서 2003-12-17 08:00 PM 에 수정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