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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식의 다른 생각 (보관)

 
당신들의 대한민국 책표지저자 박노자씨는 한국으로 귀화한 러시아인인데, 지금은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학 교수로 한국학을 가르치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신문 지상에서 그의 글을 몇 번 접해보면서 그가 참 날카롭구나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가끔은 눈물을 글썽이게 만들고 가끔은 부끄러움에 몸을 감추고 싶게 만드는 순간이 꽤 있었다.

처음에는 이 사람이 아무리 한국어를 잘 한다고 해도, 겨우 10년도 안 되는 짧은 체류 경험밖에 없는 사람이 토종(?) 한국인만큼 잘 할 수는 없을 거라는 계산을 하고 어디 틀린 곳이나 어색한 곳이 없을까 찾아봤는데 한 10여 페이지 읽고 나서는 그런 마음은 깨끗이 잊어먹고, 그의 토종보다 더 한국적인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참 많은 문제를 언급했다. 아직도 박정희를 흠모하는 우리 내부의 전근대성부터 개인이 없고 집단만 있는 종교 문화,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군대식 상명하달과 복종의 문화, 지성이 넘쳐야 할 대학 사회와 교수의 폭력성과 역기능, 운동권 내부의 전근대성, 유교에 대한 오해, 민족주의의 헛점과 모순, 중고교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학생들에 대한 폭력,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의 이면에 은밀하게 숨어있는 우리의 무의식적인 인종주의, 혈통주의와 국가주의 등에 이르기까지...

어떤 것은 이미 사회적으로 한 번쯤 꺼내어지고 도마 위에 올라 비교적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의 마음 속 깊이 숨어있는, 집단 무의식으로 존재할 지도 모르는 야만성과 폭력성을 꼬집어낸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도 귀화한 한국인으로서 결코 우리 사회를 단순히 비판하고 조롱하는 글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본디 가지고 있는 평화와 사랑, 측은지심을 복원하고, 다양성을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너그러운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그것이 다른 사회 비평서나 사회 과학 서적과 달리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따뜻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까닭이었다. 내 안에 숨은 조그마한 폭력과 야만에 대해서까지 다시 한 번 통찰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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