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신승식의 다른 생각 (보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노란색 책표지스펜서 존슨(Spencer Johnson, M.D.)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은 주위에서 하도 많이 들어와서 도대체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성공학에 대한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직장인으로 있다 보니 타인의 권유에 의해, 또는 회사의 정책에 의해, 또는 선물을 받아 그런 종류의 책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이 책을 다 읽는 데에는 한 30분 걸린 것 같다. 일요일인데도 회사일 때문에 나와서 한참 일을 하다가 좀 쉴 요량으로 창밖을 바라보다가 누군가 놓아둔 이 책에 눈이 가게 되었다. 얼핏 보니 책이 얇은데다, 그림도 많아 보여 머리도 식힐 겸 괜찮겠다 싶어서 책을 집어들었다.

직장인으로 살아가다 보면 '변화'라는 말을 귀에 따갑도록 듣는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은 유난히 변화가 심한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엄혹한 현실을 반영한 말이기도 하고, 또는 변화의 시대에 즐겁게 살아가는 개인의 삶의 전략으로 받아들일만한 말이기도 하다.

없어진 치즈를 계속 원망하며 현실을 부정하고, 과거에 집착해 사는 헴의 자세는 결코 헴 자신에게도, 그리고 헴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그럴 바에얀 현실을 빨리 인정하고, 미래의 행복을 위해 찾아나서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게다가 변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으므로, 변화에 적응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라는 것이다.

다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이다. 게다가 요 며칠 사이에 내가 처한 여러 가지 변화 때문에 약간은 괴로워하고 방황하고 있는 나에게도 따끔한 교훈을 주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모험을 즐기고, 변화를 즐기라는 것. 하긴 그러나 역시 이런 종류의 책은 모든 책임을 다 개인에게만 돌릴 수 있는 위험한 요소를 항상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구조적인 모순으로 가득찬 이 사회에서 낙오자가 된 사람들에게 "너는 변화를 거부하였잖아? 누구를 탓하리? 네 잘못인걸!" 이라고만 할 것인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변화는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를 다 담고 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 과거의 악습으로부터의 단절, 새로운 것에 대한 개척, 현재의 상태가 천 년 만 년 지속되리라는 오만에 대한 일침 등은 모두 변화의 긍정적인 측면이다. 그러나, 개인적 성공에 대한 끝없는 집착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정당하지 못한 수단 사용의 합리화, 합리적이지 못한 시스템을 방치하고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개인들의 무한 경쟁에 대한 무한 자유의 허용,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유심론의 환상 등은 부정적인 측면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 방식으로서, 작고 큰 변화에 대비하여 항상 깨어있으라는 이 책의 교훈은 가치가 있다. 또, 예상치 못한 인생의 큰 변화가 오더라도 그것을 내 인생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는 삶의 자세는 충분히 되새겨볼만하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고 원망하며, 땅을 치며, 스트레스 받으며 살지 말자. 사라져버린 화려했던 과거를 그리워하지 말자. 그리고 즐거운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가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 블로그에 Review라는 카테고리로 이전합니다. 신승식 2006.05.31 91259
36 [공지] 저도 문화 생활 좀 해보려구요. 신승식 2003.12.19 19291
35 화련한 현대적 사극, 왕의 남자를 보고 신승식 2006.01.22 115732
34 iCon 스티브 잡스 신승식 2005.10.18 119272
33 박완서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 [1] 신승식 2005.05.25 30849
32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2: 중남 아메리카, 알래스카 [1] 신승식 2005.03.27 44645
31 낙조속에서 울다 신승식 2005.03.26 34754
30 상상 예찬: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 [2] 신승식 2004.09.30 37494
»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1] 신승식 2004.08.01 28931
28 마음 속에 밝게 빛나는 태양,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2] 신승식 2004.07.23 30630
27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여행, 연금술사 신승식 2004.07.10 49990
26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3] 신승식 2004.05.20 53140
25 21세기식 단편: 김훈의 화장 외 [2] 신승식 2004.04.04 31882
24 Dance of Desire 신승식 2004.04.04 28902
23 태극기 휘날리며 [1] 신승식 2004.02.29 26773
22 그녀를 믿지 마세요? 믿어보세요 [2] 신승식 2004.02.22 24877
21 너와 나의 다름을 유쾌하게 인정합시다--유쾌한 심리학 [2] 신승식 2004.02.11 31147
20 부끄러운 나와 우리의 자화상, 당신들의 대한민국 신승식 2003.12.28 30462
19 일곱 색깔 무지개 콘서트 신승식 2003.12.19 26464
18 올드 보이를 보고 신승식 2003.12.03 20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