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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식의 다른 생각 (보관)

책과 영화 낙조속에서 울다

신승식 2005.03.26 23:09 조회 수 : 34754

 

MBC 베스트 극장 [낙조속에서 울다]

금요일 밤에 그냥 별 생각없이 TV를 틀었다가 MBC 베스트 극장 낙조속에서 울다를 보았다. 인생의 목표 없이 되는대로 살아가는 형국은 에이즈에 걸려 죽을 결심을 하는데, 죽기 전에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집나간 어머니에게 반지를 전해주러 간다. 그러나 막상 아들을 버리고 도망갔던 어머니는 허름한 식당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어머니 없이 자랐다는 형국의 말에 어머니도 형국이 자신의 아들임을 눈치채지만 아들도, 어머니도 혼자서만 그 사실을 감춰둔다. 흔히 드라마에서 그렇듯이 막 얼싸안고 우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어머니가 원망스럽고 밉지만, 왜 어머니가 도망갔는지 알게 되고, 그런 어머니를 만났으니, 몰래 어머니의 의족을 사놓고서 형국은 조용히 떠난다.

서로가 아들이고, 어머니임을 깨달았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 드라마를 더 재미있게 만든 이유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감출 수 없는 어머니의 미안함과 사랑은 빨래와 생일날 식은 미역국 등을 통해 형국에게 전해져오고, 형국의 어머니에 대한 용서와 사랑은 무거운 짐을 짜증내면서 들어주면서,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의 재산을 털어서 어머니에게 선물을 남기고 옮으로써 드러난다.

금요일날도 밤에 늦게 왔는데 베스트 극장을 보느라고 양말도 벗지 않고, 옷도 갈아입지 않고 끝까지 TV 앞에 있었다. 오랜만에 가슴 속에 오랫동안 남을 좋은 작품을 보았다. 드라마에서 자식 대신에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해 다리에 화상을 입은 어머니를 볼 때, 형국이 피를 흘리면서도 어머니와 배다른 동생에게 에이즈를 옮지 않게 하려고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할 때에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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