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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식의 다른 생각 (보관)

책과 영화 iCon 스티브 잡스

신승식 2005.10.18 23:15 조회 수 : 119272

 
iCon 스티브 잡스 책표지

회사 동료가 읽고 있는 것을 보고 재미있어 보여 우연히 빌려서 보게 된 책이다. 최근에 ZDNet에 소개된 맥월드 엑스포 때 등장하는 스티브 잡스의 연설을 몇 번 보았었는데, 어찌보면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기대하시라... 짠~!" 하고 터뜨리며 군중들을 사로잡는 그의 능력이 정말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애플 사용자들은 일반 PC 사용자들보다 제품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래서 애플 사용자들은 종종 애플 신도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애플을 한 번 써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사각형의 기계 덩어리와 멋태가리 없는 윈도우즈가 아무리 발전하고 화장을 멋지게 한다고 해도, 건물 외벽부터, 컴퓨터 본체, MP3 플레이어, OS, 키보드, 마우스, 홈페이지, 응용 프로그램 등 모든 곳에 일관되게 흐르는 애플만의 인간적인 친근함과 사랑스러움, 그리고 단순함을 결코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플이 작년에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은 회사로 선정되기도 했지 않은가.

내게도 애플에 대한 추억이 조금은 있다. 아마 중학생 때였나, 친구집에 놀러갔는데 Apple II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로드 런너를 비롯한 각종 오락, 그리고 카세트 테이프가 아닌 플로피 디스크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들은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내가 글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그 때부터였다. MSX나 SPC-1000과 같은 다른 8비트 PC들에 비하면 (비록 대문자밖에 없었지만) 애플의 글꼴이 훨씬 예뻐보였다. 그리고 매킨토시가 나왔을 때, 형이 방송 나가서 매킨토시를 상품으로 타왔다. 귀엽게 생긴 박스 안에 all-in-one 타입의 조그마한 흑백 컴퓨터였는데, 그 당시는 Windows 3.1도 나오기 전이라 GUI로 구현되는 맥 OS는 너무 신기했고, 특히 가장 신기했던 것은, 파일을 지우려면 쓰레기통에 갖다 넣는 것, 그리고 그러면 쓰레기통이 불룩해지는 것, 쓰레기 비울 때 재미있는 소리가 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요즘에 막 쏟아지는 iMac, Mac Mini, OS X 등의 제품들은 그냥 그림의 떡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삼성동 애플 전시장에 가면 항상 한 번씩 들러서 이것 저것 해보면서 언제가 나도 애플의 사용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도 Windows XP의 ClearType이 나와 그나마 윈도우즈의 화면용 글꼴이 예뻐졌다고는 하지만, 한글은 여전히 해당되지 않고, XP의 Lunar Interface는 OS X의 세련된 인터페이스에 비하면 촌스럽고 유치해보인다. 게다가 유닉스 기반의 안정성과 단순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최우선으로 하는 애플의 개발 철학, 그리고 최근에 웹 표준을 공부하면서 애플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하면서 애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내 마음속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 찰나에 접하게 된 이 책은 정말 재미있었다. 평범한 것을 거부하고, 항상 혁신적인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스티브 잡스는 사실 정직하고 바른 길만 고집하는 바른 생활맨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전자 부품을 구하고 조립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그 첫 번째 작품은 불법으로 무료 국제 전화를 할 수 있는 기계였다. 그리고 스티브는 남이 다 해놓은 밥을 마지막 순간에 가로채 자기가 한 것으로 만드는 것에도 탁월한 재주가 있는 독선으로 가득찬 괴짜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항상 시대를 앞서가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는 꿈을 간직하고 있었다. 때로는 그것이 애플 III나 초기 매킨토시, 그리고 NeXT 컴퓨터처럼 시대를 너무 앞질러가서 실패하기도 하였지만,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10년만에 돌아온 후 그는 멋지게 재기하고 있다. 아니 재기라기보단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iMac과 iPod를 만든 애플의 디자이너는 영국 문화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로 선정되기도 하고, 픽사의 새로운 컴퓨터 3D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등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스티브의 단독 작품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어 세상의 발전에 기여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는 그의 꿈은 존경받을 만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이 세상에 새로운 부가 가치를 더할 수 있기를 꿈꾼다. 그것이 성인이 되면서 겪게 되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풀리지 않는 영원한 희망 사항인 것 같다. 즉, 기존 사회 질서를 잘 습득하여 잘 적응해 살아가는 것, 그리고 기존의 문화와 기술을 잘 익혀서 써먹는 것은 노력하면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기존의 질서에 내가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고, 내가 만든 창작물이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지) 사회를 변화시키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영어를 잘 하고, 컴퓨터를 잘 하고, 피아노를 잘 치고, 운동을 잘 하고, 회사 업무를 잘 하고, 책을 많이 읽어서 상식이 풍부해지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다. 남들이 다 만들어놓은 규칙에 따라 마스터가 되는 것은 궁극적인 재미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의 창의성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문화를 바꾸고, 의미있는 가치를 더하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한 번 읽어보면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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