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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식의 다른 생각 (보관)

책과 영화 모랫말 아이들

신승식 2002.10.21 21:00 조회 수 : 19935

 
모랫말 아이들 책표지 TV에서 선정된 도서라 무슨 책일까 궁금하기도 하던 차에 회사 동료가 읽어보라고 책을 빌려주었다. 그림이 많고, 책도 얇은데다, "동화"라는 말에 흥미가 당겼다. 출퇴근 길에 왔다갔다 하며 지하철 안에서 읽으니 한 3일 정도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한국전쟁 전후라고 한다. 나는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고, 간혹 부모님을 부추겨서 전쟁 때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서 몇 가지 단편적으로 주어들은 이야기가 전부이다. 그러면 아버지는 비행기가 폭격을 할 때의 공포와, 인민군이 들어왔을 때에 느꼈던 생경함, 그리고 좌우 세력이 몇 번씩 바뀌면서 겪어야 했던 가족들의 비극을 이야기해주곤 하셨다.

사실 참 궁금하지 않은가? 일제가 떠나고 좌우 세력이 극한 대립을 보였던 시절, 미군이 들어와 우리나라를 좌지우지했던 시절, 떠돌이 써커스단이 동네 꼬마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시절, 그리고 머리에는 이가 득실거리고 그것을 손으로 잡아 없앴던 시절... 겪어보진 않았지만 항상 궁금하고 알고 싶은 시대이다.

거기에 한 가지 더 나를 자극하는 것은 바로 어렸을 적 이야기라는 것이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 쯤은 귀신 놀이를 해보았을 것이고, 동네 아이들과 쥐를 잡는 놀이도 해보았을 것이다. 난 어렸을 때에 광주시내 무슨 동에서 구미호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아 그것이 그렇게 궁금하고 무서울 수가 없었다. 또, 내가 살았던 집과 땅을 파 자치기를 하기도 하고, 계급장, 딱지치기를 하기도 했던 좁은 골목과 여러 집들의 변소가 골목을 향하고 있어 항상 변소 냄새가 나는 뒷골목의 풍경을 잊지 못한다.

모랫말 아이들에서 나는 다가갈 수 없는 두 가지 추억에 잠시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하나는 앞서 말한 전쟁 전후 시절로의 여행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하고 신기했던 어린 시절로의 여행이다. 비록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그 시절에 살았던 사람들, 그리고 그 때의 아이들도 현재의 나, 그리고 어렸을 때의 나, 또는 우리들과 결국에는 똑같은 사람들이었고, 인간으로서 보편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작가도 말미에 밝혔듯이 좀 더 많은 이야기가 실렸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참 그 시절로 돌아가 현실을 잊고 있을 때 즈음에 벌써 책을 덮어야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