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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식의 다른 생각 (보관)

착각은 자유 가볍게 떠나는 여행

신승식 2002.08.09 00:40 조회 수 : 34363

 
이제 내일만 근무하면 나의 여름휴가가 시작된다. 항상 그래왔듯이 휴가 전에는 제일 바쁜 시기이다. 내가 하던 일을 대충 마무리지어놓아야 하고, 대신 일할 사람에게 일을 가르쳐주고 가야 하니까... 오늘도 11시 반에 회사에서 부리나케 뛰어나와 마지막 지하철을 겨우 타고 집에 도착하니 이미 12시가 넘어버렸다.

며칠동안 계속되는 야근에 몸은 상당히 지쳤지만, 그래도 휴가가 있다는 희망은 버틸 수 있는 힘을 준다.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숙박지(콘도)에 한 번도 신청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강원도에 있는 한 곳을 신청했다. 차가 없는 나에게 강원도쪽에 여행가는 것은 우선 교통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집에서 부모님이 서울에 올라오셨다가, 내 자취집에서 하루밤 묵으시고, 다음날 아침 일찍 같이 떠나기로 하셨다. 물론 차 없이 버스를 이용해서 강원도에 간다.

언제부턴가 나에게도 우리차, 또는 함께 가는 일행만이 타는 차가 없는 여행을 점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된 것 같다. 그러나, 불과 몇 년전으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자가용을 가지고 여행을 갈 수 있는 시절이 올까 하고 의아해하며, 당연히 기차나 버스를 타고 여행을 다녔다.

이제 다시 차도 없고 짐도 없는 홀가분한 여행을 떠나보려고 한다. 최대한 짐도 줄이고, 오랜만에 자연에 들어가서, 차도 없고, 휴대전화도 안되는 곳이면 더 좋을 것 같다. 여행갈 때마다 비닐 봉지 가득히 일회용 식량, 그릇, 숫가락, 젓가락, 그리고 남아서 버릴 것이 뻔할만큼의 많은 음식을 사서 쓰레기만 잔뜩 남기고 오는 것이 항상 기분을 씁쓸하게 했다. 자연을 보려고 여행을 갔는데, 내 뒷사람에게는 조금 더 나빠진 자연을 남겨놓고 왔으니 말이다.

차가 없이 여행을 가니 운전 때문에 피곤해할 걱정 없이 맘놓고 편안하게 버스에 몸을 맡기며 여행을 갈 수 있을 것이다. 차가 없으니 주차할 걱정과 차 밀릴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 차가 없으니 짐도 많이 못가져갈 것이고, 짐이 없으니 몸도 가벼워서 한결 편안할 것이다. 짐이 없으니, 쓰는 것도 적을 것이고, 남아서 버리는 것도 적을 것이니, 다음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덜 미안하게 될 것이다.

이제 여행은 이렇게 가고 싶다. 내가 왔다는 흔적을 꼭 바위에 남겨야 하고, 여행 왔다는 증거로 마구마구 기념품을 사들고 와야하고 그런 지겨운 여행은 이제 끝냈으면 좋겠다. 시간에 쫓기고 복잡한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상에서 벗어나 다 잊고, 낯선 자연이 주는 위안과 오지에서 느끼는 신선함, 그리고 타지역 사람들에게서 듣는 그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와 평소에도 진지하게 이야기해보지 못한 가족들을 추억에 새겨놓고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