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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식의 다른 생각 (보관)

착각은 자유 나이 차별과 성 차별, 그리고 외모차별

신승식 2002.08.31 00:40 조회 수 : 36057

 
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40살이 넘은 직원 한 분이 계시는데 엊그제까지는 아무런 직급도 없는 평사원이었고, 이제 막 대리 직급을 단 분이다. 팀원들간에 경쟁과 불화로 약간은 껄끄러웠던 그런 분위기를 그 직원이 잘 조정해주시는 편이며 "자 우리 한 번 이야기해볼까요?"라며 온화하고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하시는 편이다.

자 그런데 이 분은 여성이며, 미혼이다. 실은 우리팀의 팀장님보다 나이가 많다. 이런 분이 우리나라처럼 나이에 따라 서열이 매겨지는 사회에서 아무 거리낌없이 우리들과 잘 지낸다는 것이 나는 너무 자랑스럽다. 게다가 나이많은 미혼의 여성에게 붙여질 수 있는 온갖 근거없는 불온한 딱지들을 생각하면, 가슴벅찬 쾌거라고도 느껴진다.

이번에 회사에선 신입 사원을 뽑는 것 같다. 몇 명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이례적으로 팀원들에게 공개하고 팀원들 모두에게 평가의 기회를 주었다. 그런데 능력에 대한 평가란과 더불어 친화력(?)에 대한 평가가 있었다. 정확한 단어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그런 비슷한 단어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밑에는 설명이 달려있었다. 나이, 성별, 성격, 전공, 거주지 등을 고려하여 우리팀원들과 얼마나 잘 어울릴 지를 평가하라고 되어있었다. 글쎄, 나이와 성별을 고려하라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팀원들이 그 사람을 채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려하는 거의 일순위로 나이와 성별, 그리고 외모를 꼽았다.

나는 나이가 제일 많은 아저씨와 결혼한 아주머니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주었다.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경력과 이력 등이 가장 뛰어나고 우리팀의 업무를 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팀원들은 외모가 출중한 젊은 여자에게 비교적 높은 점수를 주었다.

새로 뽑히는 사람이 할 일이 지금 있는 사람의 지시와 통제를 받아서 할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이가 많은 사람이 들어오면 안된다고 한다. 지시와 통제라는 것도 웃기지만, 그래서 "내 밑으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있으면 곤란해"라는 엄청난 고집과 편견에는 정말 가슴이 콱 막힐 뿐이다.

면접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 사람의 친화력을 판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것도 외모, 나이, 성별, 거주지 등과 같이 개인적인 요소를 업무의 친화력과 직결시켜 생각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고, 엄청난 오류이며, 거대한 편견일 뿐이다.

나의 상사가 나보다 어린 사람이면 왜 안될까? 나의 부하직원이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왜 안될까? 현재 직원들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들어오면 왜 팀의 분위기를 해친다고 하는 걸까?

우리만 그럴까? 많은 회사에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뽑을 것이다. 그러니 한 번 실업자는 두 번 세 번 실업자가 되는 것이고, 그렇게 우리 사회는 나보다 나이가 많아 꼬운 사람, 그리고 못생겨서 싫은 사람, 여자여서 술같이 못마시는 사람, 돈없어서 서울에 안사는 사람을 도태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을려면 우선 잘 생기고, 젊어야 하고, 돈이 많아야 하고(설사 못생겼더라도 돈이 많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성형수술해서 다 뜯어고칠수라도 있으니), 그리고 크게 출세하려면 남자여야 하고, 마지막으로 빽이 든든해야 한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이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을 얻는데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며, 이것은 그들의 생존권 문제와도 직결된다. 정말 법의 잣대로라도 이런 벽을 깨버릴 수 있는 차별금지법이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