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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식의 다른 생각 (보관)

착각은 자유 준비하지 않은 삶

신승식 2002.10.21 00:40 조회 수 : 23628

 
주말을 정말 무료하게 보내고 말았다. 토요일에는 동사무소에 볼 일이 있어서 잠깐 나간 것, 그리고 일요일에는 피자 주문한 것을 받기 위해 잠깐 나간 것이 나의 외출의 전부였다.

그리고 일요일을 보내면서 이틀 동안의 나의 게으름과 무계획을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 그러니 월요일도 더 무겁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엊그제 회사에서 정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회사원으로 살다 보면 한 6개월에 한 번씩은 "위기"이다 싶을 때가 다가오는 것 같다. 엊그저께 발생한 일도 나에게는 상당한 위기로 느껴졌다. 당시에는 기가 막히는 황당함과, 창피함, 그리고 한 편으로 왜 내가 이런 일의 한복판에 서있어야 되는지 하는 억울함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온전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게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된 저기압 상태에서 주말에는 좀 벗어나 보려고 했으나 기어이 주말까지 망치고 말았다. 게다가 토요일에 회사에서 받은 "월요일 아침 8:30에 회의"한다는 메시지는 주말 내내 머리속을 복잡하게 했다.

어쨌든 위기는 위기이지만, 그렇다고 회사일에 나의 삶이 송두리째 엉망이 된 것은 정말 잘못이다. 나의 잘못이다. 이제껏 나의 삶과 회사일을 잘 구분해오려고 그렇게 힘썼건만 이정도 위기에서 그런 나의 노력과 믿음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일요일 저녁에 부모님에게 전화가 왔다. 태연한 척하며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고 끊으니, 울컥 울음이 나왔다. 서울 가서 언제나 모범생으로, 엘리트로 잘 살거라고 믿고 있으며, 나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유일한 이 세상의 친구인 부모님에게 눈가림을 했다는 것이 그랬다.

오늘 이런 후회는 전적으로 준비하지 않은 삶이 빚은 결과다. 언제 때가 올지 인간은 알 수 없다. 그러므로 항상 깨어있어야 하고,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나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밑그림도 그려놓지 않은 하루에 대해서 어떻게 지나고 나서 엉망이었다고 한탄만 하겠는가.

좀 더 나에게 엄격해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