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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식의 다른 생각 (보관)

짧은 생각 엘가를 좋아하십니까?

신승식 2005.06.23 23:20 조회 수 : 25393

 

요즘 출퇴근 길에 MP3 플레이어가 없다면 참 지루할 것이다. MP3 음악을 많이 담아가지고 다니지는 않고, 그냥 라디오를 듣는다. 2호선 탈 때에 잠깐 라디오가 안 나와서 그 때에만 다른 음악을 듣지만... 아침에 버스를 탈 때에는 보통 EBS FM의 모닝 스페셜을 듣는다. 아마 영어인데다 비몽사몽간에 듣기 때문에 한 10% 정도 들으면 잘 듣는 편일 것이다. 그래도 책도 보려고 했고, 신문도 보려고 했고, 그냥 잠이나 자려고 했지만 이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저녁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KBS 1FM을 듣거나, 아니면 MBC 9시 뉴스를 듣는다. 오늘은 1FM의 실황 음악 중계 방송을 들었다. 대구 시립 교향악단이 엘가의 수수께기(에니그마) 변주곡을 연주했다. 다른 부분은 못 들었고 9번 변주 Nimrod 부분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짧지만 깊이있고 자연스러운 멜로디가 마치 도달할 수 없는 그 무엇에 대한 사뭇치는 그리움 같은 것을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수수께끼 변주곡을 이번에 처음 들어봤는데 제목만으로는 스케르쪼 풍의 우스꽝스럽거나 발랄한 곡이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변주곡이니까 다양한 변주가 있지만 Nimrod와 같은 짧고 감동적인 보석을 품고 있는 줄은 몰랐다. 사랑의 인사나 위풍당당 행진곡과 같은 엘가의 곡들은 한 마디로 adorable하다고 말하고 싶다. 정교하게 짜여진 모짜르트의 음악들은 아름답고 정제되었지만 마치 앵그르의 을 보는 것처럼 현실과는 다른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있다면, 엘가의 곡들도 역시 정제되어있고, 멜로디가 쉽고, 화성이 풍부하지만 현대적인 세련됨과 모짜르트 음악에서 부족한 2%의 우아하지만 비극적일 수도 있는 감성이 채워져 있다. 수수께끼 변주곡을 들으면서 단순한 (높은 미-낮은 파 식의) 7도 도약의 연속만으로도 음악이 소리의 아름다움을 넘어 복잡하고 깊은 감정을 대변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