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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식의 다른 생각 (보관)

책과 영화 일상의 억압과 소수자의 인권

신승식 2003.11.11 21:00 조회 수 : 19317

 
일상의 억압과 소수자의 인권 책표지일상의 억압과 소수자의 인권, 이 책은 CMHV 인권 모니터링팀에서 같이 공부하기 위해 샀다. 정신장애인의 인권이라는 것이 물 위로 떠오르기에는 상당히 복잡하고 막연한 구석이 없지 않아 인권팀에 있으면서도 항상 혼란스럽고 회의에 빠져들게 되었는데, 이 책을 공부하면서 왜 '인권'이 다른 모든 사건과 문제의 키워드가 되어야 하는지 느끼게 되었다.

이 책에서 다룬 인권의 주제는 참으로 다양하다. 소수자의 인권, 대형 재난 사고의 인권, 인권과 평화, 여성, 장애인, 동성애자, 아동, 청소년, 외국인, 소비자, 독신모, 베트남 전쟁, 국가인권위원회, 학교 폭력, 차별, 유교 및 동양 사상과 인권, 정보통신 및 과학기술과 인권 등 아주 기본적인 자유권에서부터 좀 더 복잡하고 논쟁의 소지가 있는 사회권까지 여러 분야에 대해 여러 필자들이 글을 썼다.

몇 사람씩 돌아가면서 발표하고, 또 그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회사일이 바쁘다면서 몇 번 빠지긴 했지만 끝을 향해갈수록 재미를 더해갔다. 나는 운좋게도 과학기술과 인권, 정보통신 기술과 사이버 권리 등 내가 비교적 익숙한 분야에 대해 발제를 했다. 동성애자의 권리, 사이버 권리 쯤 오게 되면 사람들이 아주 긴박하고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나라에서 대다수 국민에게 기본적인 자유권이 억압되어 왔던 기억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동성애자들은 자신의 성적인 지향성 하나만으로 다른 모든 사회적 영역에서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고 있으며, 자유가 넘쳐 규제와 질서라곤 도무지 없다고 생각되는 사이버 세계에서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사생활, 소수자의 정보 접근권에 대한 침해 등은 심각한 새로운 인권 문제이다.

21세기가 이미 시작된 지금도 인간의 기본적인 의식주와 생계,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전쟁이 일어난 국가에 사는 사람들, 감금당한 매춘 여성, 이주 노동자, 제3세계의 어린이, 비인가 시설에 감금된 수용인, 외부로부터 분리된 감옥에 갇힌 수형인 등 그들은 인류 문화의 발전, 눈부신 과학 기술의 발전, 사회 복지와 민주주의의 성숙 등 찬란한 단어들이 넘쳐나는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중세 암흑 시대에 머물러 있는 어두운 주류 사회 관심 밖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현대 우리 사회의 인권을 크게 두 가지 문제로 생각하게 되었다. 하나는 미처 몰랐지만 아직도 기본권을 위협하거나 위협받는 사람들의 존재에 대한 자각이다. 인권 운동은 우선적으로 그들에게 관심과 자원을 집중해야 할 것 같다. 또 그와 동시에 인권 운동이 집중해야 할 곳은 인권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무심코 지나쳐온 많은 사회적 제도와 우리의 관습과 습관, 그리고 법률들이 억압적인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왜 고등학교 학생들은 복장과 의복을 통제받고 이유없는 체벌과 폭력에 노출되어야 하는지 그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그들의 인권을 억압하는 도구로 악용되지는 않았는지 점검해보아야 할 것 같다.

CMHV에서 관심있는 정신장애인의 인권도 두 가지 측면에서의 접근이 모두 필요할 것이다. 최근에도 미인가 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의 기본권 억압과 폭력이 문제가 되어 인권 모니터링 팀 몇 명이 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그와 함께 일상에 너무나 만연되어 있는 장애인과 인권에 대한 무지, 편견과 무의식적으로 내재화된 혐오감, 그리고 암묵적인 동조 압력에 의해 행해지는 제도적, 인습적 차별 등은 또 하나의 풀어야 할 큰 문제이다. 얼마 전에 경찰이 정신장애인 운전 면허 소지자에 대해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개인 의료 기록을 무단으로 요청하고, 그것을 근거로 수시 적성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하여, 아직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그들의 과거 병력을 까발렸다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제동을 당한 것은 한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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