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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식의 다른 생각 (보관)

 
유쾌한 심리학 책표지

꽤 오래 전에 선물받은 책인데, 다른 책과 같이 보느라고 조금씩 오다가며 보게 되었다. 요즘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가 좀 더 다양한 방면에 과학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르네상스적인 책이라면, 이 책은 관심을 '인간'에게 조금 좁혔지만 개인적, 사회적, 생물학적, 심리학적, 의학적인 다양한 관점에서 이제까지 몰랐던 인간의 특성, 행동의 밑바닥에 깔린 기제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결국엔 심리학 개론을 쉽게 풀어쓴 책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심리학을 했던 나에게는 과거 학부 1학년 때에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호기심과 열정으로 가득찼던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주기도 했다. 학부 때에 사회 심리학을 이야기식으로 풀어놓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책을 참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사회 심리학에서 다루는 연애, 사랑, 집단 행동, 사회 지각 등의 문제 뿐 아니라 조금 더 '하드'하다고 느껴지는 감각과 지각, 기억, 학습, 동기 등 심리학의 모든 분야에 대해 저자 특유의 재치와 글솜씨, 그리고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사례로 재미있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아마 초급 심리학 개론 책으로 써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인 것 같다.

다만, 저자 자신도 밝혔듯이 많은 주제를 다루다보니, 인간 행동과 사고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쉽사리 단정지어, 규칙화해버릴 수 있는 오류를 범할 가능성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인간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의 곳곳에서 밝히고 있듯이 타인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의 관점과 나의 잣대, 나의 기준에서 타인의 말과 행동은 이상하게 느껴지고, 기괴하게 보이며, 반사회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우둔하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또는 이기적이고 냉혹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려는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해,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지배하는 많은 기제들에 대해 알게 되면, 드디어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타인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은 또, 내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이 세상의 전부요, 진실이라는 오류에 쉽게 빠진다. 그러나 인간의 감각 기관은 아직 실제 존재하는 세계의 모든 것들을 완벽하고 정확하게 우리의 뇌에 전달해주지 못하며, 그것은 그가 세기의 천재이건, 아니면 평범한 옆집 아저씨이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수많은 제도, 관습, 사회 규칙, 법률, 과학 기술 등도 인간 자체의 능력의 한계 때문에 매우 큰 오류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 고상하고, 지적이고, 품격있어 보이는 많은 사람들도, 실은 근저에 일차적인 성적 욕망, 생리적인 동기를 똑같이 가지고 있으며, 알고 보면 실수 투성이며,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우리네의 잘 정돈되고 절제된 모습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책의 서문에 저자가 타이틀로 올린 말 한 마디가 선명하다.

너와 나의 '다름'을 유쾌하게 인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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