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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식의 다른 생각 (보관)

책과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 믿어보세요

신승식 2004.02.22 23:21 조회 수 : 24877

 
그녀를 믿지 마세요 영화 포스터

윤샘과 [그녀를 믿지 마세요] 영화를 봤다. 사실 세간에서 더 화제가 되는 [태극기를 휘날리며]와 같은 영화를 좀 더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되는 것이 이 영화밖에 없었고, 또, 생각보다 좋은 영화라는 말을 들었다는 윤샘의 말에 한 번 보기로 했다. 김하늘이 나오는 다른 로맨틱 코미디 종류, 예를 들면 [동갑내기 과외하기] 같은 영화를 보지 못해서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봤던 코믹 영화 중에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수준급에 속했다. 영화를 보는 도중 계속 배꼽 잡고 웃으며 봤던 영화로 기억나는 것이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가 있다. 소리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는 라디오 방송국에 대한 막연한 나의 동경과 함께 일본 영화에 대한 강렬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었던 그 영화 이후, 오늘 정말 오랜만에 계속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아가며 [그녀를 믿지 마세요]를 보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그 이전에 나왔던 코미디 물이었던 [넘버 3], [주유소 습격 사건], [가문의 영광] 등과 달랐던 점은, 조폭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언제부턴가 우리 영화는 그것이 코미디이건, 심각한 영화이건 조폭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이 너무 잦아졌다. 그리고 그런 영화를 보면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 실은 온통 조폭들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리고, 부수고, 식칼이 오고가는 선혈이 낭자한 폭력과 싸움 장면을 미간을 찌푸리며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스릴(?)있는, 또는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나오지 않으면 웬지 영화가 안 될 것 같은... 물론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 나오는 '그녀'와 시골 약사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여주는 '폭력'도 결코 무시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항상 예, 형님 하는 조폭들을 보고 찡그리며 웃어야 했던 우리들의 빈곤한 웃음거리에 하나 더 진정으로 행복한, 그리고 색깔이 다른 웃음을 선사해줄 수 있는 영화였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시골 마을의 순박함과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무엇인지 모를 잔잔한 감동과 영화를 본 후에도 얼마동안은 남아있을 법한 행복함을 가져다주는... 그것이 유치하고, 억지로 꾸며낸 이야기이고, 비현실적이고, 남성 중심적이고 어쩌고 저쩌고 한다고 누가 뭐라 해도... 적어도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유쾌하고, 따뜻하고, 행복했던 기억만은 잊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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